빵은 아주 굽기가 쉽기 때문에 사서 먹을 필요가 전혀 없다. 요리책을 보면 빵을 굽는 것이 마치 부두교 의식같이 어지럽게 설명되어 있다. 저마다 '더 창의성'있는 레시피를 가지고 다른 사람보다 나아 보이려고 경쟁하는 것 같다. 요리책을 들여다보기만 해도 머리가 아프다. 재로들이 죽 나열되어 있고, 몇 스푼이 필요한지, 몇 그램이 있어야 하는지, 재료를 어떻게 섞어야 하는지, 무엇을 안에 넣어야 하는지, 어떤 온도를 유지해야 하는지, 부풀리는데 시간은 얼마나 드는지, 오븐의 온도는 몇 도여야 하는지, 얼마난 오래 구워야 하는지 등을 설명하고 있다.
뭔가 하려면 계량컵, 저울, 온도계, 시계 그리고 지시를 제대로 따라갈 능력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나는 이런 장비나 자질을 구비하지 못하고 있지 못하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빵을 만들 수 있다.
방향이 너무 많이 제시되면 감각을 잃게 된다. 한 발을 잘 못 디디면 완전히 망쳐 버릴 수 있다는 생각에 아무것도 할수 없다. 예를 들어 반죽을 40도가 아닌 42도로 구우면
돌처럼 딱딱하고 맛없는 빵이 나올까? 이런 변수를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에 요리책 속의 설명들이 혼란스럽게 느껴진다.
이스트의 양보다 팬의 모양이 더 중요한지, 알수가 없다. 그래서 그냥 노예처럼 시키는 데로 따라한다. 사실 이스트의 양이나 팬의 모양이 큰 차이를 불러오지는 않는다.
단순히 어떻게 빵이 만들어지는지 설명만 간단히 되어 있고 그 과정만 이해할 수 있으면 다시는 빵을 사먹지 않을 수 있다.